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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 MOVIE
6주 연속기획 <새로워졌을지 모르는 홍상수> 다섯째주
아오야마 신지가 이야기하는 홍상수. ‘그 후’에서는 놀랄만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키쿠치 나루요시, 영화감독 장건재가 이야기 해 온 시리즈 기획 ‘각각의 홍상수’. 이번에는 영화감독 아오야마 신야가 최근의 4작품과 과거의 작품을 더불어 이야기한다. 최신작 ‘그 후’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이것은 아오야마 신지만이 말해 줄 수 있는 영화감독 홍상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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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맞고 그때는틀리다’

홍상수는 ‘그 후’에서 새로운 토대를 만들어 낸 느낌이 듭니다. 영화감독을 그리지 못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지금은맞고 그때는틀리다’에서는 영화감독이 발가벗기도 합니다만(웃음), ‘그 후’에서는 영화감독이라는 특수한 입장을 벗어던지고 작은 출판사 사장이라는 매우 평범한 존재를 주인공으로 두었습니다. 사회적 지위가 있을 것 같지만 아마도 없는. 거기부터 드라마를 만들고 있습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도망쳤군’이라고 할 지도 모릅니다만 저는 새로운 곳으로 나온 것처럼 보입니다.

여성이 보다 한층 강해졌습니다. 지금까지도 여성이 강한 영화를 만들어 왔다고 생각하지만 더욱 더 강해졌습니다. ‘클레어의 카메라’부터인지 완벽히 여성상위가 되었네요. 지금까지와는 약간 다른 독립한 ‘여자의 강함’같은 것으로 전환한 느낌이 듭니다. ‘그 후’는 구성력의 강력함도 변했습니다. 지금까지보다도 강한 것을 표현하려고 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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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의 카메라’

첫번째 장편 작품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봤지만 이외로 정통파였던 기억밖에 없습니다. 그 인상이 바뀐 것이 ‘해변의 여인’. 그전까지는 프로덕션의 파워 안에 있던 영화였다고 생각해요. 형태적으로는 사실 다른 (감독들의) 영화와 다르지 않아요. 그것이 갑자기 ‘해변의 여인’에서 작풍이 달라졌어요. 시놉시스로 영화를 만들어 보자는 의지가 굉장히 느껴졌어요. 환기가 잘된다고 할까요. 드라마 속에 갑자기 해프닝 같은 전개를 도입합니다. 이것이 홍상수 감독의 매력이자 개성이었다고 생각해요.

‘그 후’ 종반부는 말하자면 도미노 쓰러트리기와 같습니다. 놀랄만한 일이 일어나고 있어요. 시츄에이션의 반복은 지금까지의 영화와 같아요. 그러나 주인공이 과거를 잊고 있다. 이를 구성으로서 성립시키는 것은 대단히 영리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복이 망각을 이끌어냅니다. 한방 먹었다!고 생각했어요. 또 이 기법인가라고 생각하게 만들어 놓고는 달랐어요. 점점 얼음이 녹는 듯한 것은 라쿠고(落語)와 비슷한 세계. 대단합니다! 이 방법을 두번 쓸 수 있을지 모르고 이 방법은 한번 밖에 못 쓸지도 모르지만, 정말 훌륭한 반전을 주었다고.

홍상수라고 하면 역시 이상한 줌이 특징이지요. 단 ‘그 후’의 시작 부분의 줌에는 확실한 기술을 느낍니다. 그건 신기했어요. 이만큼의 형태주의자에게, 다른 감독과 비슷하다고 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 사람은 정말로 루키노 비스콘티를 좋아하는 지도 몰라요. 비스콘티의 경우에는 파스쿠알리노 드 산티스(‘지옥에 떨어진 용감한 자들’, ‘베니스에서의 죽음’, ‘가족의 초상’, ‘순수한 사람들’을 맡은 촬영감독)이 실력이 뛰어나서 별로 그렇게 느껴지지 않지만, 저는 이 줌에서 ‘가난한 자의 힘’같은 것을 느낍니다. 예를들어 쿠엔틴 타란티노가 조잡한 줌을 쓰는 건 어디까지나 홍콩영화의 패러디이지만, 홍상수의 줌은 그렇지 않아요. 시간을 들여서 컷을 나눠 구성할 수 있지만 일부러 그러지 않아요. 시간도 돈도 없으니까 일부러 하지 않아요. 줌으로 다가가면 된다는 확신에는 ‘가난한 자의 힘’을 느낄 수 밖에 없어요. ‘그 후’의 도입부는 진심어린 줌이란 이런 것이다는 증명이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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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해변에서 혼자’

예를들어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극 구성의 독특함. 여주인공이 화가 나있음에도 갑자기 웃기 시작하고, 술자리의 분위기가 달라진 것처럼 보여준다. 그 정도 일인 거구나 하는 가벼움을 이 사람의 영화는 항상 가지고 있다. 가볍게 술자리를 가지고 그걸 원컷으로 찍으면서, 서서히 줌해 나가면서 여주인공에게 집중시킨다. 그 연출은 한편으로는 리얼하지만, 지금까지 사용해 왔던 이상한 줌이 축적된 결과의 최종국면이 아니었을까. 이것이 홍상수의 카메라 워크의 형태일지도 모른다. 그곳으로 가게 하기 위해서, ‘익숙하게 하기’ 위해서 특이한 줌을 축적해 왔다는 생각도 가능하다. 정신을 차리면 대상에 다가가 있다. 이는 전략적이며 예를들어 지금까지 줌이 전혀 없었고 거기만 줌이 있다면 아마 위화감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된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실제로 ‘밤과 낮’과 가까운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밤의 해변’은 함부르크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이야기였지만, 이것도 파리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이야기고 마지막에 강렬한 은유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밤의 해변’에는 수수께끼의 남자가 등장해요. 여자 주인공 안에 있는 나쁜 망상을 직접적으로 화면에 내는 듯한. 다시 말해 ‘밤의 해변’도 이전의 아이디어가 계속되어 영화로 만들어 낸 걸거에요. ‘클레어의 카메라’도 아슬아슬한 곳에서의 계속됨이 있고 변화의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후’는 거기에서 빠져나와 있어요. 다른 국면이 나타났어요. 홍상수의 영화에서 지금까지의 반복은 지나간 일에 대한 반성문을 써나가는 것 같은, 다시 말해 고해나 참회를 해 나가는 부분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 후’에서는 그 반복을 뛰어넘은 드라마가 전개됩니다. 잊고 있던 설정이 떠오른 것처럼 드라마가 뒤집힌다. 게다가 김민희는 그것을 듣기만 하는 입장에 서있습니다. 이건 여성을 그리는 방법으로는 새로운 토대라고 생각해요. 나도 모르게 빨려들어 가는 게 있어요.

삼각대에 카메라를 올리고 찍으면 그걸로 좋다. 가끔 줌도 하지만, 영화는 그걸로 됐다는 태도로 밀고 나가는 모습은 정말 진심으로 신뢰할 수 있습니다. 연출가로서의 개성도 있고 형식주의자로서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굳이 비스콘티에 비유했지만 전대의 사람을 인용하는 것이 아닌 한명의 작가로서 필모그래피를 쫓을만한 사람입니다. 페드로 코스타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레오 카락스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홍상수의 영화를 봅니다. 관객으로서 그런 태도를 취하고 싶게 하는 흔치않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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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Written by:아이다 토지(相田冬二)


‘그 후’
감독・각본:홍상수
출연:권해효/김민희/김새벽

휴먼 트러스트 시네마 유라쿠쵸, 휴먼 트러스트 시부야에서 개봉중, 이후 전국 순차 로드쇼

‘밤의 해변에서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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